‘선천적 복수국적법’ 덫에 걸린 한인 2세, 해결책은?
한국 국적법은 1998년 6월 14일 이후 재외국민(남녀불문)의 자녀가 해외에서 출생하면 '선천적 복수국적'을 부여한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은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국적법’이다.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국적법’ 이전까지는 출생자의 아버지가 한국 국적자일 때만 선천적복수국적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한국은 속인주의, 모계혈통주의를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가 영주권 신분일 때 아이를 출산했을 경우 그 아이는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 국적자인 재외국민은 미국에서 혼인하거나 자녀를 출산하면 가족 관계 신고시 선택이 갈린다. 미국 관공서에만 신고하고 한국에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 쪽, 한국 재외공관 등을 찾아 혼인신고와 출생신고까지 완료하는 쪽이다. 2005년, 당시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복수국적자는 연방기관 취업을 할 수 없고, 의원 입후보를 할 수 없는 등 공직 진출에 제한을 받는다. 미국 정보기관 취업이나 해군 입대, 육, 해, 공군 사관학교 입학이 제한되고, 근무 부서 배치 등에 제한을 받거나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한국 국적자로 미국에서 출산한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 혼인신고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우리 애가 선천적복수국적자인 사실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알겠나"라고 되묻는 한인들이 많다. 그렇다. 현행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복수국적자가 미국 여권을 소지한 채 한국을 방문해도 문제는 없다. 한국 정부도 90일 미만 단기방문(무비자)인 한인 시민권자의 선천적복수국적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국적법은 '복수국적자 발견통보'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한인 2·3세가 재외동포비자(F4), 취업비자, 연수비자 등을 신청할 때는 부모와 조부모 이름과 생년월일을 반드시 기입해야 한다. 때문에 출생 당시 부모의 국적 여부에 따라 선천적복수국적 발견통보 대상자가 된다. 이 경우 병역의무 및 국적이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선천적복수국적자는 한국 국민으로 사증(비자) 발급 대상이 아니다. 휴스턴 총 영사관(총영사 김형길) 정자연 병역담당자는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가 한국 내 영리활동 및 장기 체류계획이 없을 경우 한국 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국적이탈 기간을 놓친 자녀가 미군이나 공직 진출 등에 있어서 복수국적 신분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라며“선천적 복수국적 자녀의 경우 국적이탈 신고의 선결 요건인 출생신고는 미리 해두는 것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휴스턴 총영사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도 한국의 선천적복수국적법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 정보기관 취업 또는 고위공직 대상자가 신원조회 과정에서 선천적복수국적자로 분류될 수 있다. ◎ 국적법 파악 중요 = 선천적복수국적 남성이 병역의무를 면제하려면 출생신고 직후부터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전까지 가까운 재외공관에 국적이탈 신고를 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선천적복수국적 남성은 만 37세까지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국적이탈도 금지된다. 또한, 이후 5월 1일부터 40세까지는 재외동포비자(F-4) 발급도 제한된다. 다만 한인 2세가 선천적복수국적 이탈 시기를 놓쳐도 한국 단기 방문(1년내 183일 미만)은 가능하다.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내 대학(원)에 재학할 때는 병무청에서 수학 허가를 받으면 그 기간 동안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선천적복수국적자가 한국에서 1년 중 60일 이상 영리활동을 할 때, 국외여행허가 등을 받은 뒤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할 때는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한국 법무부는 재외국민이 미국(속지주의)에서 혼인하거나 자녀를 출산하면 이른 시일 안에 재외공관에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휴스턴 총영사관 실무관 정자연 병역담당는 “재외국민의 혼인신고, 자녀 출생신고는 필요하다. 이후 시민권을 취득할 때도 국적상실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훗날 선천적복수국적자인 자녀의 국적이탈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선천적복수국적자 중에서 미국 내에서 그 지위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제2세대의 형편을 빨리 법적으로 해소할 수 방안을 서둘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제출서류 무늬만 간소화 = 선천적복수국적 이탈신고는 남성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가까운 재외공관에서 해야 병역의무가 면제된다. 만 15세 이상자는 본인 신청이 의무다. 국적이탈신고를 놓친 한인 2·3세 남성이라도 90일 미만까지 한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체류하면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이 과정 또한 부모의 혼인신고, 출생신고, 호적 제출 등 서류 준비 및 승인 자체가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함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 되고 있다. 한편, 한인 여성은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됐다면 만 22세 전, 만 20세 이후 복수국적자가 됐다면 2년 이내에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이 기간을 놓치면 한국정부는 1년 이내에 국적선택 명령을 내린다. 국적이탈, 선천적 복수국적 같은 이슈가 본국에서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마치 재외동포 자녀들을 잠재적인 병역기피자로 보거나 국민으로서의 혜택은 다보면서 의무 중 하나인 병역 등을 회피하려는 자 등으로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민 목적으로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에게는 선천적복수국적 문제는 중요한 민원의 하나로 다가와 있다. 어스틴에 거주하는 송씨는 “현재 아이의 교육과 향후 미래 문제로 인해 선천적 복수 국적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인들이 많다. 무조건 속인주의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융통성이 적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예를 들면 국적이탈 신고 부분에서도 자영업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해 시대변화에 따라 영사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당사자가 직접 온라인 신청 등이 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헬렌 김 기자